해우재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변기모양의 박물관이에요~
  해우재 이대규 2016-12-02 710  
해우재(解憂齋)는 세계 화장실 혁명의 산실

고 심재덕 시장 동상 앞에 고개가 숙여졌다

등록일 : 2016-12-02 10:41:47 | 작성자 : 시민기자 이대규

해우재 문화센터 옥상에서 본 해우재


이것이 바로 기적이며 혁명이 아닐까. 지금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지 공중화장실이 웬만한 식당의 주방보다 깨끗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가끔씩 나는 지난 1980년대 초 서울역 공중화장실을 떠올려보곤 한다. 모 종교에 심취해 있을 때 마음 수양의 하나로 그곳에 나가 하루 한 번씩 물로 씻고 닦으며 청소를 했다. 남을 위해 봉사한다는 것도 되지만 내 마음의 청소를 하고 싶었으며, 그렇게라도 하고 나면 기분도 좋아져 복이 굴러들어올 것 같았다. 하지만 발 디딜 틈 없는 그곳 풍경을 떠올리면 차마 말로 할 수가 없다. 그러니 지금의 공중화장실 앞에 어찌 기적이고 혁명이라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언제부터 가보려고 마음먹었던 해우재를 마침내 찾게 되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해우재는 수원의 북쪽 끝이라 할 수 있는 장안구 이목동186-3번지이며, 내가 사는 곳은 수원의 서쪽 끝 권선구 고색동이니 잘 모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고색동에서 시내버스990번과 수원역 AK프라자 앞에서 301, 5, 310번을 타고 동원고교 앞 정류장에 내려 걸어갈 수 있다는 안내가 나왔다. 

옛날 똥지게로 퍼나르던 시절


초겨울 쌀쌀한 날씨 속, 물어물어 찾아간 해우재는 정말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e수원뉴스 기사를 통해서 많이 보아왔던 곳, 해우재 건물 앞에 세워진 고 심재덕 시장 동상 앞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졌다. 그것은 감사의 경배였으며, 경건한 마음으로 아무도 없는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가니 상냥한 목소리의 안내원이 반갑게 인사하며 맞아준다. 

우리의 화장실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화장실 박물관이다. 안에는 관람객 서너 팀이 보였다.
그런 1층은 상설 전시실이다. 중앙에는 오늘의 놀라운 좌변기 화장실이 있고, 2층에는 기획 전시실로 세계 속에 우뚝 선 해우재를 실감할 수 있었다. 세계 화장실문화 운동이 대한민국 수원에서 시작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거기에는 67개 회원국이 있으며, 영국이 빠진 것에 나는 의아해하며 안내원에게 물어보았다. 사실이라고 한다. 선진국이라는 그들의 자존심 문제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67개 회원국이던 것이 심재덕 회장 서거 후 줄어들었다가 다시 지금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화장실이 좋아지면 나라의 문명이 좋아진다는 것을 세계가 깨닫고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우리 수원에는 세계 제일의 공중화장실이 모두 130개가 넘게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렇듯 세계화장실문화의 혁명가라 할 수 있는 고 심재덕 세계화장실협회 초대회장을 일컬어 세계의 언론들이 '미스터 토일렛'이라 부른다고 한다. 
그의 비화에는 외갓집 뒷간에서 출생하여 얻은 이름이 '개똥이'라고 하며, 수원시장 재직 시부터 화장실문화운동을 시작하여 세계의 언론인들로부터 얻은 별명이라고 한다. 그런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공중화장실을 어찌 꿈이나 꿀 수 있었겠는가. 

똥 누는 모습들이 예술이 되어 돌아왔다.


해우재와 함께 영원히 이곳 앞마당에 살아계실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하며 해우재공원을 돌아보았다. 이곳에서는 화장실의 역사와 문화 변천 과정을 한눈에 볼 수가 있다. ‘밑씻개’는 뒤처리 도구를 말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휴지가 보급되기 전에는 주로 볏짚을 이용했다. 볏짚이 귀한 지역에서는 변소에 새끼줄을 매어놓고 다리를 활짝 벌려 쓰윽, 지나가는 것으로 뒤처리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상상만하여도 입이 절로 벌어지는 일이다. ‘똥장군과 지게’는 변소의 똥을 담아 나르기 위한 용기이다. 중앙의 볼록한 모양으로 똥장군이라고 불렀으며, 이동하기 위해 지게를 사용했다.

‘매화틀'과 '매화그릇’은 궁중에서 쓰던 휴대용 변기의 아름다운 이름이라고 한다. 임금의 대변을 매화꽃에 비유하였으며, 실제로 어의는 대소변의 빛깔, 냄새, 맛으로 임금의 건강을 살폈다고 한다. 또 눈길은 끈 것은 흑돼지 암수 두 마리가 어린 새끼들을 거느리고 있는 ‘통시’였다. 

지금도 제주도에는 똥돼지가 있다는데...


어릴 적 외갓집에 가면 제주도는 아니어도 통시 밑에 황소만한 흑돼지가 꿀꿀거리며 똥을 받아먹곤 했다. 그러다가 귀에 얹힌 그것을 털어대면 반사적으로 튕겨져 올라와 엉덩이는 물론 입술까지 달라붙곤 했다. 이곳 공원에는 그밖에도 똥지게 메는 사람, 남성용 여성용 변기, 노둣돌 등 똥과 관련된 재미난 볼거리들이 많았다. 

그리고 길 건너 맞은편에는 ‘해우재 문화센터’ 건물이 있다. 1층은 수장고와 자료실, 2층은 어린이체험관과 관리사무실, 3층은 교육 세미나실과 세계화장실협회 사무실이 있다. 특히 어린이 체험 실에서는 놀이공간으로 ‘똥 나르자 똥똥’ 똥통 메어 나르기, ‘똥 뿌리자 똥똥‘과 같은 여러 가지 영상과 기구를 통해 놀이를 즐길 수 있어 많은 어린이와 부모들이 함께 찾고 있었다. 

4층 옥상 전망대에 올라가 해우재를 내려다보았다. 지붕위에는 세계회원국들의 깃발이 울긋불긋 펄럭이고 있었는데 그곳은 세계 속에 꽃피운 화장실문화의 자랑스러운 성지였다. 그곳을 돌아보고 나오는데 좁은 보도는 가로수와 울타리 가시나무가 걸려 차도를 걸어야만 했다. 세계인이 찾는 관광명소의 주변정비가 필요할 것 같다.
 
첨부파일
 
목록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