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똥’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다 – 세계 최초 변기 모양 박물관, 해우재를 가다

김민석 (토리기자단 15기_망포초 3학년)

‘똥’이라고 하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더럽고 냄새나며 불쾌한 것,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 존재. 그러나 똥은 단순한 배설물이 아닌, 우리의 건강 상태를 반영하고, 의약품 개발이나 자원 재활용에도 활용될 수 있는 중요한 소재이기도 하다. 실제로 현대 과학자들은 배설물을 활용해 물을 정화하거나 연료와 미네랄을 추출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가 똥에 대해 갖고 있는 인식은 재고의 여지가 있다.

이처럼 똥이 지닌 가치와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는 공간이 경기도 수원시에 있다. 바로 세계 최초의 변기 모양 화장실 박물관 ‘해우재(解憂齋)’이다. 해우재는 ‘근심을 푸는 집’이라는 뜻으로, 사찰에서 화장실을 의미하는 ‘해우소’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이 박물관은 ‘미스터 토일렛(Mr. Toilet)’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고(故) 심재덕 전 수원시장이 “화장실 문화가 바뀌어야 삶이 바뀐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자신의 자택을 헐고 만든 공간이다.

해우재는 외형부터 시선을 끈다. 실제 좌변기를 본뜬 형태로 설계된 이 건물은 그 자체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부끄럽고 숨기고 싶은 공간’으로 여겨지던 화장실을 당당히 박물관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2010년 개관 이후 해우재는 화장실에 대한 인식 전환은 물론, 위생과 인권, 환경 문제까지 아우르는 다층적 교육의 장으로 자리잡아 왔다.

박물관 내부는 1, 2층 상설 전시실과 기획 전시실, 해우재 문화센터, 야외 전시장인 화장실 문화공원으로 구성된다. 상설 전시실에서는 세계 각국의 화장실 역사, 수세식 변기의 원리, 친환경 화장실 기술 등 다양한 정보를 전시하고 있으며, 기획 전시에서는 ‘심개똥의 똥공장’과 같이 어린이들의 흥미를 유도하는 교육적 콘텐츠가 마련되어 있다.

특히 문화센터에서는 어린이 체험관과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화장실 에티켓’, ‘황금똥 물렁똥’ 등 재미있는 주제를 통해 아이들이 놀이처럼 배울 수 있도록 기획되어 있다. 이 밖에도 야외 전시장에서는 삼국시대의 이동식 변기인 호자, 조선시대의 매화틀, 고대 로마의 수세식 변기 등 다양한 시대의 화장실 문화를 실물 전시로 경험할 수 있다.

해우재는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체험과 교육을 통해 방문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똥시 축제’ 동시짓기 대회, ‘에듀똥 마켓’, ‘황금똥은행’ 전시와 더불어, 마술쇼, 보물찾기, 에코백 꾸미기, 부채 만들기 등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연중 진행된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아이들에게 위생과 환경, 공공의식에 대해 자연스럽게 배우게 하며, 어른들에게도 화장실이라는 일상적 공간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한다.

해우재는 단순히 ‘똥’을 주제로 한 특이한 박물관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 속에 얼마나 많은 문화와 과학, 철학이 녹아 있는지를 일깨워주는 ‘문화 인문학의 장’이다. 편견을 내려놓고, 호기심을 품고 이곳을 찾는다면 분명 색다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